대중문화 소비를 왜곡하고 일반 시민의 ‘공연·경기 관람권’을 빼앗는 암표업자들에 대해 국세청이 전면적인 세무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은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량 거래를 일삼은 전문 암표업자 17곳을 대상으로 거래내역·자금흐름·은닉재산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한다고 5일 밝혔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으로 정규 판매자 대비 월등히 많은 거래량을 보인 업체와, 판매 대금을 차명계좌로 수취하거나 거래 사실을 고의로 은닉한 행태가 드러난 집단을 우선 지목했다. 조사 대상에는 사립학교 교사·공공기관 직원등 공적 신뢰를 저버린 사례와, 조직적 사업구조를 갖춘 법인형 암표업자들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티켓 거래 플랫폼에서 판매량 상위 1%에 속하는 소수 판매자가 전체 거래의 약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처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소수 판매자의 연간 1인당 거래액은 평균 수천만 원에 달해, 정가 기준으로는 다수의 시민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입장권을 구하기 어렵게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인기 공연·스포츠 경기의 경우 정가 수십만 원 권이 수백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암표 유통·탈루 수법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됐다. 첫째, 온라인 중고거래 게시판과 플랫폼을 통한 재판매로, 판매 게시물을 삭제해 거래 증적을 은닉하는 수법이 확인됐다. 둘째, 대리 예매(이른바 ‘댈티’)를 통해 다량의 티켓을 확보·전매하고 수수료 수입을 과소 신고하거나 차명계좌로 자금을 분산시킨 사례다. 셋째, 예매 경쟁을 자동화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의 제작·판매로, 초단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다량 예매를 가능하게 한 정황이 포착됐다. 넷째, 예약 대기열을 우회하는 ‘직접 예약링크(직링)’를 판매해 선점권을 상업화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현금 흐름을 추적하고 금융추적정보(FIU)와 은행 거래 내역을 정밀 분석해 탈루소득을 규명할 계획이다. 필요한 경우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병행해 은닉재산 환수와 세금 추징을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팬들의 권리를 빼앗는 악의적인 암표 영업은 단순한 질서 위반이 아니라 민생을 해치는 불법행위”라며 “관련 탈루 사실을 끝까지 추적해 조세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계와 플랫폼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암표 유통 근절과 건전한 2차 거래질서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근본적 재발방지를 위해 플랫폼의 예매·거래 시스템 보완과 법적 규제 강화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크로·직링 등 자동화 수법을 차단할 기술적 조치와 함께, 플랫폼 차원의 거래 모니터링·신고체계 강화, 실명계좌·실명인증 의무화 등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대상자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암표 유통으로 피해를 본 시민은 관련 증빙자료를 수집해 신고하면 국세청과 수사기관의 조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dypark@sdatv.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