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말이 끝나자 두 팔을 크게 벌리는 특유의 몸짓을 한 트럼프 대통령은 성큼 한 발을 내디뎠다. 분단 이후 최초로 미국 현직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것이다. ‘최초’와 ‘파격’의 트럼프 대통령이 6·25전쟁 이후 7명의 미국 대통령이 가지 못한 길에 처음으로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44분경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을 출발해 천천히 MDL로 발걸음을 옮겼다. 맞은편에서는 김정은이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먼저 MDL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기다렸고, 잠시 뒤 두 정상은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정상회담 이후 122일 만에 악수를 나눴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격적인 이날 만남을 의식한 듯 “반갑습니다. 이런 데서 각하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을 못 했다”고 인사를 건넸다. 김정은을 “내 친구(my friend)”라고 부른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팔을 툭툭 세 번 두드리며 친밀감을 표하기도 했다.
MDL을 의미하는 경계석을 밟고 북측 땅에 발을 디딘 트럼프 대통령은 “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큰 영광(honour)으로 생각한다”며 말했다. 이에 김정은은 손으로 판문각 쪽을 가리키며 “여기 위에까지 한 번 올라가 보도록 합시다”라고 했고, 두 사람은 북측으로 걸음을 옮겼다.
북측으로 20발자국 걸어간 북-미 정상은 판문각 앞에서 잠시 멈춰 다시 한번 악수했다. 북-미 정상이 만난 곳은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났던 바로 그 장소다. 당시 문 대통령도 MDL을 넘어 북측 땅을 밟았지만, 문 대통령은 두 걸음 정도만 움직였다. 거리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에 더 다가간 것이다.
방향을 바꿔 다시 남측으로 걸음을 옮긴 북-미 정상은 오후 3시 47분 다시 한번 MDL을 넘어 남측 땅을 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historic)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 위대한 날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자유의 집 앞에서 선 채로 기자들에게 말했다.
오후 3시 51분경 두 사람의 만남에 문 대통령도 합류했다. 사상 최초로 남북미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이후 9개월여 만에 김 위원장을 만난 문 대통령은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김정은은 회담에서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님께서 보낸 친서를 내가 보면서 미리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 이런 말들을 하던데 사실 어제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님께서 (만나자는) 그런 의향을 표시하신 것을 보고 나 역시 깜짝 놀랐다”며 “정식으로 오늘 여기서 만날 것을 제안하신 말씀을 (6월 29일)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훌륭한 관계’라고 칭하며 “난관과 장애를 견인하고 극복하는 그런 신비로운 힘으로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SNS로 메시지를 보냈을 때, 사실 이 자리까지 오시지 않았으면 내가 굉장히 좀 민망한 모습이 됐을 텐데 이렇게 나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답했다.
청와대, “북미협상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청와대는 30일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회동과 사실상의 북미 3차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동시에 이뤄진 것과 관련, "잠시 주춤거리고 있는 북미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오늘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수석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지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대담한 여정이 좋은 결과를 맞을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모두 힘을 모을 것을 염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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