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문 대통령 “김원봉 국군창설의 뿌리”발언 파장
전문가들, “또 다른 역사 뒤집기, 매우 부적절한 발언”
작성 : 2019년 06월 07일(금) 06:20 가+가-

김일성과 함께한 김원봉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약산 김원봉(1898∼1958)을 언급하며 "임시정부가 좌우합작을 이뤄 광복군을 창설했다",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창설의 뿌리가 됐다" 등의 언급을 해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던 도중 김원봉의 이름을 거론했다.

청와대는 좌우 이념을 극복한 애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라고 설명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김원봉이 해방 이후 북한에서 고위직으로 활동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비판이 난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에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념 대립을 강력히 비판했지만, 역설적으로 이날 추념사를 계기로 김원봉을 둘러싼 여야의 이념논쟁에 불이 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945년 일본이 항복하기까지 마지막 5년 임시정부는 중국 충칭에서 좌우합작을 이뤘고, 광복군을 창설했다"며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애국 앞에서 이념의 문제나 정파의 문제를 뛰어 넘자는 것이 문 대통령 발언의 취지"라며 "발언을 문맥 그대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약산 김원봉은 누구?

김원봉은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해 국내 일제 수탈 기관 파괴와 요인암살 등 무정부주의 투쟁을 전개하다 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에 취임했으며, 1944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도 지냈다.

하지만 1948년 월북한 이후 그해 8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이 됐고 같은 해 9월 국가검열상에 오르는 등 확실하게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원봉은 이처럼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경력 탓에 그동안 우리 보훈처의 국가유공자 선정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지난 2015년 8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 드리고 술 한 잔을 바치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글에서 "이제는 남북 간의 체제 경쟁이 끝났으니 독립유공자 포상에서 더 여유를 가져도 좋지 않을까"라며 "일제시대 독립운동은 독립운동대로 평가하고, 해방 후의 사회주의 활동은 별도로 평가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일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기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 해 7월에는 당직자들과 영화 '암살'을 관람한 뒤, 극 중 인물로 등장한 김원봉에 대해 "정말 치열하게 무장투쟁한 분인데, 해방 후에 북으로 갔다 얼마 있어 숙청됐다. 남에서도 북에서도 설 곳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문 대통령의 발언이 김원봉에 대한 서훈 추서를 재추진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나'라는 질문에는 "그건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당 극심한 반발, 차명진 "반(反)국가적, 반(反)헌법적 망언"

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이 부적절했다는 파장과 반발이 난무하고 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6·25 전쟁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의 훈장까지 받고 북의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이 졸지에 국군 창설의 뿌리, 한미동맹 토대의 위치에 함께 오르게 됐다"면서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6·25 전사자들을 뒤에 모셔두고, 눈물로 세월을 견딘 가족들을 앞에 두고, 북의 전쟁 공로자에 헌사를 보낸 대통령이 최소한의 상식의 선 안에 있는지 묻고 싶다"며 "청와대와 집권세력이야말로 가장 극단에 치우친 세력이라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차명진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원봉이 누구인가. 김일성 정권 권력 서열 3위, 6·25 남침 최선봉에 선 그 놈"이라며 "이보다 반(反)국가적, 반(反)헌법적 망언이 어디 있는가. 이게 탄핵 대상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제 보훈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김원봉에게 독립유공자 서훈, 즉 대한민국의 '건국훈장'을 주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회 정무위원으로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의 이런 반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애국을 위해 낡은 이념에 갇혀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얘기인데, 거꾸로 이를 문제삼아 다시 이념 공세에 나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범여권은 야권의 반발을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했다.

전문가들, “또다른 역사 뒤집기, 매우 부적절한 발언”

문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에서 6·25 전쟁에서 공을 세워 훈장을 받은 김원봉을 국군 창설의 한 뿌리로까지 인정하는 언급을 내놓은 데 대해 전문가들은 "분단 체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모적 이념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복 이전 김원봉의 독립운동 공적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있지만, 6·25 전몰자를 기리는 현충일에 대통령이 이같은 언급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현충일은 전통적으로 대통령이 북한의 남침에 맞선 호국영령들을 기리고, 나라를 지키는 것을 항상 강조한 날"이라며 "3·1절 등 다른 날이라면 몰라도 현충일에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9·19 남북군사합의도 그렇고 군(軍)의 방어 태세 이완을 지도자가 방조하는 느낌"이라며 "역대 현충일 추념사중 가장 이상한 추념사일 것"이라고 말했다.남 교수는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6·25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김원봉을 재평가하는 언급을 한 것을 두고 "역사뒤집기를 염두에 뒀다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도 세력을 현재뿐 아니라 과거의 인물 차원에서도 바꿔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런 차원이 아니라면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부각시킨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북한의 남침(南侵) 역사는 뒤로 제쳐두고 북한 체제 수립에 공헌한 김원봉을 띄우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형호 건양대 교수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이승만 계열, 김구 계열, 김원봉 계열, 신채호 계열 등 정치적 지향이 다른 다양한 독립운동 세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세력에서 김원봉은 포함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김원봉이 항일 무장투쟁을 한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북한 정권에서 훈장을 받았는데 대통령이 공식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건국과 연결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고 전해진다.

문 대통령의 이날 김원봉 관련 언급이 한국의 이념적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빨갱이’는 일제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고 지금도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또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선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빨갱이' '친일' '독재의 후예'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 정치적 반대 진영을 '적폐'로 몰아가려는 의도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는데 김원봉 발언도 좌우 진영 간 갈등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독립 이전의 행위가 정당했다고하더라도 분단과 전쟁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부인하고 적대하는 세력이었다면, 분단과 전쟁이 아직 청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진보·보수간 소모적인 이념갈등만 야기할 위험이 있다. 대통령의 '진보·보수를 넘어서야한다'는 언급을 오히려 무색하게하는 주장"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병찬 기사 더보기

kbc77@hanmail.net

실시간 HOT 뉴스

가장 많이본 뉴스

기사 목록

신동아방송 지역방송국
검색 입력폼